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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공간 디자인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Vol.1): 공간과 문화의 아름다운 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연간 약 2,113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OECD 국가들 중 2위에 해당하는 이 놀라운 시간은 우리가 왜 사무 환경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퍼시스에서 출간한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 Vol.1: 사무환경 디자인의 시작'은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공간이 어떻게 기업 문화와 직원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심도 있게 들여다봅니다. 오늘은 이 책의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공간, 문화를 만나다

상상해 보세요. 김 대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회사의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칙칙한 파티션으로 나뉜 자리에 앉아 오전 내내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상사의 호출을 받고 거대한 흑단 책상이 놓인 임원실로 향합니다. 문을 두드리고 조심스레 들어가는 순간, 그의 어깨는 저절로 움츠러듭니다.

반면, 이 대리가 출근하는 회사는 어떨까요? 투명한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면 따스한 자연광이 가득한 로비가 그를 맞이합니다. 오늘은 고정석이 아닌 창가 자리에서 일하기로 하고, 점심 후에는 회사 카페에서 동료들과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합니다. 팀장님도 함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죠.

"공간이 주는 차별에 익숙해지면 수직적이고 경직된 기업문화가 형성되므로 공간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라고 책은 말합니다. 문화가 공간을 만들기도 하지만, 공간이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소통을 만드는 사무환경

"제가 왜 팀장님 자리에 가서 이야기해야 하나요? 팀장님이 우리 자리로 오시면 안 될까요?" 오래된 기업문화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이지만, 책에서는 팀장석이 팀 전체를 위한 곳이며 소통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에릭 슈미트의 말처럼 "사무실은 지위에 따른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에너지와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직급의 구분을 없애는 유니버설 플랜을 도입하거나, 임원실을 권위적인 공간이 아닌 개방적인 공간으로 재설계하는 것만으로도 기업 내 소통 방식은 크게 변화할 수 있습니다.


협업이 꽃피는 공간 디자인

마케팅팀의 정 과장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아이디어가 필요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자기 자리에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겠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그는 회사의 다양한 협업 공간 중 하나인 아이디어 라운지로 향합니다. 편안한 소파에 앉아 몇몇 동료들과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자, 예상치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탄생했습니다.

책에 따르면 "아이디어는 협업으로부터 온다"고 합니다. 협업은 조직 안에 흩어진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방법이며, 기업의 경쟁력은 협업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협업에도 유형이 있습니다. 아이디어 도출, 문제 해결, 정보 공유 등 목적에 따라 최적화된 공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원활한 협업을 위해서는 오피스 전체면적의 최소 10%는 회의실로 활용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합니다. 회의실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기업이라면, 이 비율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겠죠?


세렌디피티, 우연한 만남의 마법

개발팀의 박 주임은 복도를 지나다 디자인팀의 최 주임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나눈 가벼운 대화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해결책을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 기회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세렌디피티(serendipity)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책은 강조합니다. 휴게 공간, 탕비 공간, 복합 공간 등 우연한 소통이 일어나는 허브 공간은 혁신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죠.

잘 계획된 탕비실은 단순한 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주 사용하며 효과적으로 세렌디피티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됩니다. "익숙함과 지루함을 적절히 해소할 수 있을 때 직원들의 창조성은 극대화된다"는 말은 일하는 공간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합니다.


닫힌 공간과 열린 공간의 균형

최근 한 스타트업이 완전 개방형 오피스를 도입했다가 직원들의 불만이 폭증했다는 뉴스를 들어보셨나요? 책은 "극단적 개방형 오피스는 오히려 업무 생산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라고 지적합니다.

"좋은 업무 환경이란 열린 공간, 닫힌 공간 둘 다 제공하여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책은 알려줍니다. 김 매니저는 팀 미팅 후 깊은 사고가 필요한 기획안을 작성해야 했습니다. 그는 오픈 스페이스에서 동료들과 활발히 소통한 후, 1인 집중 부스로 자리를 옮겨 방해 없이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내 자리, 그 중요성

"내 자리는 사람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며 가장 중요한 장소이다. 절대 간과하지 말 것"이라고 책은 분명히 말합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공간을 만들어도, 결국 직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내 자리'입니다.

책에 소개된 8가지 다양한 레이아웃 중 기업과 직원의 특성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통에 유리한 기본 레이아웃, 서류 업무에 편리한 레이아웃, 유연성을 최대로 높인 레이아웃 등 업무 특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건강을 만드는 사무환경

장 부장은 매일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가 인체공학적 가구를 도입하고 오피스 환경을 개선했습니다.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과 척추를 지지해주는 의자, 그리고 자연광이 풍부한 환경으로 바뀌자 그의 통증은 서서히 사라졌고, 업무 집중도는 높아졌습니다.

"직원의 건강이 기업의 경쟁력이다"라는 책의 주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닙니다. 오피스에서 스트레스를 이완할 수 있는 휴식공간, 건강을 챙겨주는 인체공학적 가구, 건강을 담은 인테리어는 직원들의 웰빙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무환경, 우리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우리는 충분히 더 좋은 오피스로 개선할 수 있으며 오피스 공간 개선은 소통, 협업, 세렌디피티, 건강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책의 결론은 희망적입니다.

퍼시스의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 Vol.1'은 단순한 인테리어 가이드북이 아닙니다. 이 책은 공간이 어떻게 우리의 행동, 소통 방식, 창의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기업 문화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문화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문화를 만든다. 사무 공간은 기업문화의 거울이자 기업문화의 산실이다"라는 박웅현 님의 말처럼, 우리가 만드는 공간은 결국 우리의 미래를 디자인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사무실을 한번 둘러보세요. 그 공간이 말하고 있는 이야기가 들리시나요? 그것이 바로 여러분 회사의 문화입니다.


결론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 Vol.1: 사무환경 디자인의 시작"은 단순히 예쁜 사무실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공간이 어떻게 사람들의 행동, 소통, 협업, 창의성, 그리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기업 문화를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합니다.

직장인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실 공간이 단순한 '일터'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만드는 공간은 우리 자신을 반영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문화가 성장합니다. 사무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관심이자,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첫걸음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