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생각해보세요.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 정부 조직이 어째서 사스(SARS)나 메르스(MERS) 같은 위기에 우왕좌왕하고, 수십 년 경력의 경영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왜 명백히 실패할 제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걸까요? 우리는 "다수의 지혜"를 믿지만, 왜 현실에서는 "집단의 멍청함"이 자주 나타날까요? 캐스 선스타인과 리드 헤이스티의 '와이저'는 이런 의문에 답하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조직의 함정에 빠진 지성의 회사
씨드테크라는 가상의 기술 회사를 상상해 보세요. CEO 경민은 새로운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임원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마케팅 담당 미나는 시장 조사 결과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미 모두가 제품에 열광하는 분위기에서 차마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이 제품은 대박날 거예요!" 개발팀장인 재준이 신이 나서 말합니다.
"맞아요, 우리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게임체인저가 될 겁니다," 부사장 소희가 동의합니다.
미나는 속으로 걱정하면서도 "네, 고객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해요"라고 말합니다. 회의가 끝나고 씨드테크는 새 제품을 출시했지만, 예상대로 실패합니다.
이것이 바로 선스타인이 말하는 '집단사고의 함정'입니다. 그는 "개인은 실수하고, 조직은 그 실수를 확대시킨다"고 설명합니다. 독특한 점은 이런 실패가 집단적 논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집단적 논의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조직이 함정에 빠지는 다섯 가지 이유
1.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함정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부정적인 의견은 자신의 평판을 떨어뜨릴 수 있고, "팀워크를 해치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분위기는 '비현실적 낙관주의(해피토크)'를 만들어냅니다.
2. 폭포효과: 첫 번째 의견의 마법
선스타인은 흥미로운 배심원단 사례를 들려줍니다. 한 배심원이 개인적으로는 무죄를 지지했지만, 다른 세 명이 연속해서 유죄 의견을 내자 자신의 원래 의견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폭포효과'입니다. 첫 번째 의견에 나머지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동조하면서 정보의 폭포가 형성되는 현상이죠.
"왜 모조리 '허니버터'를 달게 됐는가"라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선스타인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유행이나 집단적 소비 현상도 이런 폭포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3. 집단 극단화: 회의가 끝나면 균형이 무너진다
다소 보수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토론하면 더 보수적인 결론에 도달하고, 다소 모험적인 사람들끼리 토론하면 훨씬 더 위험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선스타인은 이를 '집단 극단화'라고 부릅니다. 그는 "논의할수록 더 커지는 극단화 현상"으로 투자 클럽이 종종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게 되고 "긴밀한 투자자 클럽일수록 거액을 잃는다"고 설명합니다.
4. 숨은 프로필: 왜 아는 것을 전부 말하지 않는가
회의에서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알고 있는 정보는 자주 언급되지만, 한 사람만 알고 있는 정보(숨은 프로필)는 공유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유되지 않은 정보는 쓰레기와 같다"라고 선스타인은 직설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조직이 클수록 쉽게 멍청해진다"고 지적합니다.
5. 후광효과: 리더의 의견이 미치는 과도한 영향
리더나 존경받는 구성원의 의견은 다른 사람들에게 과도한 영향을 미칩니다. 한 사람의 '후광'이 집단 전체의 판단을 왜곡시키는 것이죠.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이런 함정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선스타인은 성공하는 조직의 여덟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1. 리더의 호기심과 과묵함
흥미롭게도, 선스타인은 리더가 먼저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다른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신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경민 CEO가 의견을 유보한 채 물었습니다.
미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습니다. "솔직히 시장 조사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타겟 고객층의 반응이 냉담해요."
경민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중요한 정보네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리더가 호기심을 갖고 과묵할 때,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2. 비판적 사고 '점화'하기
선스타인은 의도적으로 비판적 사고를 장려하는 '점화' 기법을 소개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 전에 "이 제품이 실패할 수 있는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해보세요"라고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참가자들의 사고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3. 집단의 성공에 따른 보상
개인의 아이디어가 아닌 집단의 최종 결정 품질에 따라 보상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특별한 정보를 더 기꺼이 공유합니다.
4. 숨겨진 정보를 캐내는 '역할 지정'
각 구성원에게 특정 관점이나 역할을 부여하면 다양한 정보가 표면화될 수 있습니다.
"소희는 투자자 관점, 재준은 기술적 한계, 미나는 소비자 관점에서 이 제품을 평가해주세요,"라고 경민이 역할을 지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각자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5. 단순하지만 확실한 '관점 변경'
"우리가 경쟁사라면 이 제품을 어떻게 공격할까요?" 같은 질문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
6. 자발적 침묵을 깨트리는 '악마의 변호인'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는 '악마의 변호인'을 지정하면 비판적 사고가 촉진됩니다.
"이번 회의에서 재준은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맡아주세요. 우리 계획의 모든 약점을 찾아내 주세요."
7. 최악으로 최고를 만드는 '레드팀 구성'
레드팀은 기존 계획이나 가정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별도의 팀입니다. 선스타인은 이를 통해 계획의 취약점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8. 익명으로 편향에 맞서는 '델파이 기법'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의견을 수집하고 공유하는 델파이 기법은 집단 편향을 극복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삶에서 와이저의 지혜 적용하기
선스타인의 통찰은 직장 회의실을 넘어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가족 모임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심지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형성할 때도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똑똑한 천재는 없다"는 선스타인의 결론은 집단 지성의 가능성을 여전히 믿는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입니다. 우리가 집단사고의 함정을 인식하고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진정한 집단 지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와이저는 단순한 경영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더 현명한 조직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실용적인 지침서입니다.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위기를 겪으며, 우리는 똑똑한 개인들이 모였는데도 조직이 멍청해지는 현상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선스타인의 지혜는 이런 시대에 더욱 값진 통찰을 제공합니다.
집단 지성의 새로운 가능성
선스타인은 마지막으로 "모든 집단이 현명해질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이 책을 쓴 목적입니다. 때로는 개인보다 집단이, 때로는 집단보다 개인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핵심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집단 지성을 활용할지 아는 지혜입니다.
오늘 당신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혹은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와이저의 교훈을 적용해보세요. 당신의 조직과 인간관계가 조금 더 현명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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