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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행동경제학, 심리학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 두 마음의 대화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베스트셀러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해 볼게요. 이 책은 우리가 왜 때로는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리는지, 그리고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입니다.


우리 안의 두 캐릭터: 빠른 민수와 느린 수진

민수와 수진이라는 두 친구가 있다고 상상해 볼까요? 사실 이 두 친구는 여러분의 머릿속에 살고 있답니다.

민수(시스템 1)는 엄청나게 빠르고 직관적이에요. 그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자동으로 손을 뻗어 끄는 것, 익숙한 길을 운전할 때 별다른 생각 없이 핸들을 조작하는 것, 누군가의 표정을 보고 바로 감정을 읽는 것 - 이 모든 게 민수의 작품이에요.

반면 수진(시스템 2)은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해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장단점을 따져보는 것, 새로운 정보를 배울 때 집중하는 것 - 이런 일들은 수진의 영역이죠.

"시스템 1은 우리가 받은 인상과 느낌에 나를 맡기고, 직관적 느낌과 호불호에 대한 자신감을 쉽게 정당화하죠. 하지만 느낌과 호불호가 늘 옳지는 않아요."


커피숍에서의 대화

어느 날 커피숍에서 민수와 수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민수: "봐, 저기 영수가 커피를 마시고 있어!"
수진: "그건 영수가 아니라 다른 사람 같은데... 잠깐, 자세히 보자."
민수: "아, 맞다. 영수랑 닮았지만 다른 사람이네."

이것이 바로 우리 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에요. 민수(시스템 1)는 빠르게 판단하지만 종종 실수를 합니다. 수진(시스템 2)은 민수의 직관을 검토하고 필요할 때 수정하는 역할을 해요.


현실에서의 만남: 직장인 지훈의 하루

지훈은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의 하루를 통해 두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볼까요?

아침, 지훈은 출근길에 커피숍에 들렀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오늘의 특별 할인: 아메리카노 4,500원"이라고 적혀 있네요.

'음, 평소보다 500원 정도 비싸네,' 지훈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잠깐, 원래 가격이 얼마였더라? 사실 지훈은 평소 가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민수(시스템 1)가 "비싸다"라고 판단했고, 지훈은 그냥 그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앵커 효과"라는 인지 편향의 예입니다. 4,500원이라는 숫자가 제시되자, 지훈의 시스템 1은 이 숫자를 기준(앵커)으로 삼아 판단했어요.


점심시간의 결정

점심시간, 동료들과 함께 뭘 먹을지 고민하던 지훈. 건강을 위해 샐러드를 먹으려고 했지만, 결국 치킨을 시키고 말았습니다.

"왜 샐러드가 아니라 치킨을 선택했지?" 지훈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것은 "현재 편향"의 예입니다. 미래의 건강보다 현재의 즐거움을 더 크게 평가한 거죠. 또한 "손실 회피" 성향도 작용했어요. 맛있는 치킨을 포기하는 '손실'이 건강한 식단이라는 '이득'보다 더 크게 느껴진 것입니다.


회의실에서 벌어진 일

오후 회의에서 지훈의 상사가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이 전략이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지훈은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약 80% 정도요!"

하지만 실제로 지훈은 어떤 분석도 하지 않았습니다. 민수(시스템 1)가 "좋아 보인다"라고 느꼈고, 수진(시스템 2)은 너무 게을러서 자세히 검토하지 않았죠.

이것이 바로 "과대 확신 편향"입니다. 우리는 종종 제한된 정보로도 확신에 찬 판단을 내립니다.


귀갓길의 깨달음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지훈은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습니다.

'아침에 커피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평소 가격도 4,500원이었네. 점심에는 건강을 위해 샐러드를 먹겠다고 했으면서 치킨을 선택했고, 회의에서는 근거도 없이 80%라는 숫자를 말했어...'

지훈은 깨달았습니다. 그의 많은 판단과 결정이 빠른 민수(시스템 1)에 의해 이루어졌고, 느린 수진(시스템 2)은 제대로 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의 두 시스템 이해하기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기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불합리한 행동을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사례는 쉽게 눈에 뜨이죠. 왜 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데,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도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일까?"

사실 우리 모두는 민수와 수진이라는 두 캐릭터의 영향 아래 살아갑니다. 민수(시스템 1)는 우리 삶의 대부분을 운영하며, 무의식적으로 빠른 판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수진(시스템 2)은 가끔 등장해 민수의 판단을 검토하지만, 자주 게을러서 제대로 일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결정을 위한 조언

카너먼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민수(시스템 1)의 직관을 바로 받아들이지 말고, 수진(시스템 2)에게 한 번 더 생각해 볼 시간을 주세요."

우리는 시스템 1의 편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중요한 결정에서는 시스템 2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마치며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단순한 심리학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우리 모두가 가진 두 가지 사고 시스템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더 현명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에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세요. "지금 내 안의 빠른 민수가 말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신중한 수진이 말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