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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행동경제학, 심리학

오늘의 경제학 수업: "행동경제학의 탄생"

 

오늘은 평범한 카페에서 시작된 특별한 대화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이 대화를 통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Misbehaving)"이라는 책을 알아볼게요. 원제 'Misbehaving'은 '잘못 행동하다'라는 뜻으로, 전통 경제학이 가정하는 합리적 인간과 모순되는 우리의 실제 행동을 의미합니다.


커피숍에서 만난 두 친구의 대화

"정말 이해가 안 돼. 왜 사람들은 이렇게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걸까?"

경제학과 대학원생인 윤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그의 앞에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친구 소민이 앉아 있었어요.

"무슨 일이야?" 소민이 물었습니다.

"교수님이 내준 과제가 있는데, 기존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현상들이 너무 많아. 이론상 사람들은 항상 최적의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거든."

소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거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에 대해 들어봤어? 그 책이 네 고민에 딱 맞는 답을 줄 것 같은데."


경제학의 로봇 '이콘'과 실제 인간의 차이

"이콘이라고? 그게 뭐야?" 윤호가 물었습니다.

"탈러가 만든 용어야. 전통 경제학에서 말하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가상의 인간을 말하지.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만 하는 존재, 마치 스타트랙의 스팍 같은 사람을 의미해."

"아, 우리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이군!"

"정확해! 하지만 탈러는 '순전히 경제적인 인간은 실제로 사회적 바보에 가깝다'라고 말했어. 왜냐하면 실제 인간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거든."

윤호는 갑자기 흥미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실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한다는 거야?"


의외로 비합리적인 우리의 선택들

소민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예를 들어볼게. 며칠 전에 네가 예약했던 여수 여행 취소하고 서울 호캉스로 바꿨잖아? 그때 네가 뭐라고 했더라?"

윤호가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아, 환불받은 45만 원보다 비싼 호텔은 예산을 초과한 것 같아서 안 될 것 같다고 했지."

"바로 그거야! 그건 '정신적 회계(mental accounting)'의 전형적인 예야. 환불받은 돈은 일반 돈과 별도로 생각하고, 그 금액을 기준으로 '절약' 또는 '초과'를 판단한 거지. 경제학적으로는 전체 자산과 예산 내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렇게 돈에 '라벨'을 붙여서 다르게 취급해."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 합리적이지 않았구나."


잃는 것이 더 아픈 이유: 손실 회피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 만약 네가 5만 원을 얻을 기회와 5만 원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느낌이 들어?"

윤호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음... 5만 원을 잃는 게 더 싫을 것 같아."

"정확해! 그게 바로 '손실 회피(loss aversion)'야. 탈러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같은 금액이라도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약 2~2.5배 더 크게 느낀대. 이런 심리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손실을 피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돼."

윤호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주식이 떨어질 때 팔지 않고 더 떨어질 위험을 감수하는구나!"


넛지: 살짝 밀어주기

소민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 그리고 탈러의 또 다른 유명한 개념은 '넛지(nudge)'야. 사람들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방법이지."

"예를 들면?"

"학교 식당에서 건강한 음식을 눈높이에 배치하고 정크푸드는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거야. 선택은 여전히 자유롭지만, 자연스럽게 건강한 선택을 유도하는 거지."

윤호는 감탄했습니다. "와, 이런 작은 변화로도 사람들의 선택을 바꿀 수 있다니 신기하다."


실생활에서의 행동경제학

대화가 이어지면서, 윤호는 점점 더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행동경제학은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거네?"

"정확해! 탈러는 '경험을 통해 배우기 위해서는 잦은 연습과 즉각적인 피드백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라고 했어. 그는 행동경제학의 연구를 통해 TV 게임 쇼, NFL 드래프트, 우버와 같은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지."

윤호가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매일 접하는 마케팅 기법들도 이런 행동경제학 원리를 사용하고 있는 거네?"

"물론이지! '한정판', '곧 마감', '오늘만 특가' 같은 문구들은 모두 우리의 심리적 편향을 이용한 거야. 탈러는 이런 비합리적 행동이 어떻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리고 이를 이해하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 바라보기

카페를 나서며 윤호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 모든 사람이 항상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가정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알게 됐어."

소민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맞아. 탈러의 책은 단순한 경제 이론서가 아니라 우리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탐구야. 우리는 모두 때때로 '잘못 행동(misbehave)'하는 존재니까."

윤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앞으로 내 비합리적인 선택들을 좀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그 책 꼭 읽어봐야겠다!"


마무리: 행동경제학을 통한 새로운 이해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은 우리가 왜 종종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지, 그리고 그것이 경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 책은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 도전하며, 실제 인간의 행동을 더 정확히 설명하고 예측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또한 이 책은 우리의 일상적인 의사결정부터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에 이르기까지, 행동경제학의 원리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비합리적 선택을 인식하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첫걸음임을 알려줍니다.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자신의 행동 패턴을 이해함으로써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리처드 탈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